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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조금 더 넓은 세상으로, 제약 산업의 불모지에서 일군 희망
작성일
2022.01.05
조회수
558

 

획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계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오랫동안 이어진 노력을 통해 만날 수도 있고 예기치 않는 발견을 통해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극적인 것은 어떠한 상대를 만나느냐일 것이다. 마치 한국BMI가 제주도를 만난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이 새로워야 할 때, 제주를 만나다

 

한국BMI는 2005년 경기도 제약단지 내 한 공장을 인수하며 설립됐다. 현재는 환자들이 수술 후 겪는 부종 발생을 억제하고,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고순도 액상 하이랙스주를 생산하며 탄탄히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국BMI가 생산하는 대표 제품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시작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다. 그중 하나가 국제 기준(PIC/S)에 맞는 GMP 시설보완이었다. 허용구 한국BMI 상무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을 이어갔다. “회사가 생산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국제 기준에(PIC/S)에 맞는 GMP 시설을 갖추기 까다로워졌습니다. 저희가 인수한 공장은 KFDA(식품의약품안전처) GMP 인증을 받은 곳이었지만, 국제 기준을(PIC/S) 충족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했습니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는 식품 및 의약품의 안정성과 유효성의 품질을 보증하는 기본조건으로, 우수식품 및 의약품의 제조관리 기준이다.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관리해야 하는 제반 요소들이 상당하다. 원료 입고부터 완제품 출고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대한 엄격한 품질관리가 이루어져야 하며 최고 수준의 공정관리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낡은 설비와 시스템을 모두 수정·보완하고 새로운 설비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영업을 시작한 신생회사에게 그럴만한 여력이 없었어요. 그렇다면 신규기업에 대한 지원을 해주는 지자체를 찾아 새로운 공장을 세우자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당시 여러 지자체를 만났지만 그 중 가장 매력적인 러브콜을 보낸 것은 제주도였다. 당시 제주도는 바이오테크놀로지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던 때였다.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던 기업과 지자체가 서로를 가장 필요로 할 때 만나게 된 셈이었다.

 

도약을 위한 선택, 성장을 위한 도전

 

한국BMI가 제주행을 선택한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제주라는 지역에서 연상되는 맑고 신선한 이미지와 도와 산업은행이 약속한 신생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었다.

 

“사실 약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이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습니다. 철저하게 외부로부터 격리된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하지만 이제 막 이름을 알리려는 기업에게 제주도의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특히 제주도 내에 아직 제약과 관련된 기업이 하나도 없었기에 우리가 그것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였지요.”

 

하지만 고충도 적지 않았다. ‘선점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한국BMI는 국제 기준에(PIC/S) 에 맞는 GMP 인증을 위한 공장을 세우는 과정에서 첫 고비를 만났다. 전문인력을 육지에서 불러와야 했고, 이들이 제주에서 머무는 기간 동안 여러 가지 지원을 해야 했다. 이 문제는 제주도가 적극 협력해준 덕분에 그 부담이 크지는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섬이라는 지리적 요소였다. 제주도는 비행기나 배로만 오갈 수 있다 보니 엄청나게 몰리는 관광객 혹은 예상치 못한 기상악화 등으로 필요한 사람과 원료를 제때 보내고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덕분에 한국BMI는 언제나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고 한다.

 

한국BMI가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인프라다. 제약과 관련해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주에서 유통을 담당하는 한 업체는 육지보다 훨씬 높은 단가를 제시하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는 게 허용구 상무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현재는 도내 다양한 관련 업체와 합리적인 거래를 통해 상당히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해결이 요원해 보이는 부분도 존재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인력을 구성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업의 특성상 항상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제주도 내에서는 그러한 활동이 쉽지 않거든요. 제품 생산을 담당할 인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기준을 충족하는 좋은 구성원을 구하기 위해 여러 학교를 돌며 홍보에 많은 노력을 해야 했거든요.”

 

허용구 상무는 제주대학교에 약학대학이 신설되며 전문 인력을 충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높아졌다며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중인 허용구 상무

 

제주에서 그리는 새로운 로드맵

 

한국BMI는 지난 2016년 이후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더욱 새로운 인력에 목이 마르다.

 

“2010년 제주로 이전한 이후 저희는 지속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카피약을 만드는 1단계,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개량신약을 생산하는 2단계, 생물의약품 및 복합신약을 개발함으로써 위상을 확고히 하는 3단계에 이르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거의 도달했다고 자평합니다.”

 

허용구 상무의 설명에 따르면, 부작용이 거의 없고 사용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킨 한국BMI의 고순도 액상 하이랙스주는 시장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지원을 통해 신설한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매출액 역시 2010년 100억 원, 2017년 430억 원, 2021년에는 600억 원 이상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5년에는 1,000억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후에는 더 높은 부가가치가 있는 톨리눔독소 완제, 필러, PN스킨부스터 제품, 생물의약품(유전자재조합제품) 및 대상포진백신, m-RNA 백신 등 다양한 제품 개발에 도전할 계획이다.

 

국제 의약품 전시회에도 매년 참가하며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한국BMI. 조금씩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들의 비전은 무엇일까.

 

“이제 막 시작한 작은 제약회사라 거창한 비전은 없습니다. 다만 모든 구성원들이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는 곳, 그래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가장 큰 비전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제약회사로서의 족적은 남길 수 있지 않을까요?”

 

한국BMI는 제주에 자리잡은 후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