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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제주 먹거리, 애월아빠들
작성일
2023.06.16
조회수
182

“기존 농업의 틀이 아닌 생산부터 소비자 접점까지 아우르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니 길이 보였고, 계란부터 시작했죠. 애월아빠들은 건강한 닭과 계란으로 시작해 청정 제주의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 유통 기업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계란? 거기서 거기가 아닙니다. 우주에서 가장 맛있는 애월아빠들 계란을 맛보시면 압니다.” 

애월아빠들 이욱기 대표


‘아빠’의 책임감으로 먹거리 사업을 시작하다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군 제대 후 아버지의 양계장에서 일했던 스물다섯 청년은 곧이어 사료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모르게 농업 현장 A to Z를 습득했고, 1차 산업으로 생각했던 농업이야말로 미래로 향하는 확실한 사업 모델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어린 시절 양계장을 운영하시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종목은 양계업으로 정했고, 사료 회사에서 배운 지식과 농업을 사업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유통 구조를 고민해 2005년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을 세웠다. 여기까지가 이욱기 대표가 아빠들을 모아 ‘애월아빠들’을 창업한 이야기다.


 

Q 브랜드 이름에 들어간 ‘아빠’라는 단어의 힘이 대단합니다.

아기가 제일 먼저 배우는 단어가 ‘아빠, 엄마’죠. 그만큼 믿고 의지하는 대상인 ‘아빠’가 되면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저도 막 아빠가 된 32세에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제주 토박이인 저를 포함해서 ‘제주 먹거리, 식품 유통’ 등에 뜻을 모은 아빠들이 모였죠. 제주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돼지나 소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양계업으로 시작했습니다. 일인 다역으로 저마다 농장, 유통, 영업을 담당하며 열심히 뛰었습니다. 사실 법인을 설립하고 5년 정도는 고생했어요. 양계업이 유행성 전염병에 취약하고,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일도 녹록지 않았고요. 그래도 아빠들이니까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린 것 같아요.

 

Q 기업의 성장 포인트가 된 ‘애월아빠들’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은 말 그대로 제주의 안심 먹거리를 생산하는 조합원이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양계 농업 특징상 농장을 분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제주도 내 일곱 곳의 양계 농장 중 다섯 곳이 조합원 농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법인 설립 5년 차가 되면서 도약의 발판이 필요했습니다. 직접 유통망 영업을 하면서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 즉 계란에 경쟁력을 부여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월아빠들’은 어쩌면 너무 소박하지만 조합원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낸 진심 가득한 네이밍인 거죠. 2016년부터 우리가 생산하는 가장 좋은 제품에 ‘애월아빠들’이라는 브랜드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다름 아닌 ‘제주산 돼지고기’였어요. 청정 제주에서 키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를 보면서 확신했죠. 제주의 좋은 물과 고유의 비결이 담긴 전용 사료, 제주 토종닭인 구엄닭까지 ‘애월아빠들’만의 특화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물론 시작은 쉽지 않았어요. 저희의 외침이 소비자에게 닿은 건 2020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현재는 제주 지역 전체 계란 시장 점유율 30%, 유정란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하며 제주뿐 아니라 고급 계란 시장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프리미엄 식품 시장, 계란으로 바위를 치다



Q 그동안 계란 구입 선택지에는 가격만 있었지, 품질은 없었던 것 같아요.

‘애월아빠들’을 론칭하면서 프리미엄 계란 시장을 조사하고 공부했습니다. 농업도 사업으로 키우려면 유통의 흐름이나 트렌드를 끊임없이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유럽이나 미주, 일본 등 고급 식자재 시장이 큰 곳에서는 계란이 세분화되어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도 유기농, 친환경, 무항생제 등 건강을 생각하는 먹거리가 주목받기 시작했고요. 이제 많이들 아시겠지만 구입한 계란을 보면 난각 번호가 있습니다. 보통 앞쪽 네 자리는 산란일이고, 영문으로 시작되는 생산 농장 고유 번호 뒤에 붙는 마지막 숫자를 유심히 살펴보면 사육 환경을 알 수 있습니다. 1은 자연 방사, 2는 축사 내 평사, 3은 개선된 케이지, 4는 A4용지 반 크기인 기존 양계장을 의미합니다. 물론 계란 자체의 영양학적 차이가 크다기보다는 동물복지에 신경 쓴 농장의 닭이 낳은 계란을 선택할 이유가 생기는 거죠.

 

Q 애월아빠들의 프리미엄 상품군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대표 상품으로는 무항생제, NON-GMO 곡물 사료, EM 미생물 발효 사료를 먹은 동물복지 닭이 낳은 유정란과 제주 재래 토종닭이 낳은 구엄토종란, 암탉이 첫 산란을 시작한 후 3주간 낳은 초란, 특수 강화 사료를 먹여 노른자가 진하고 영양소 함량이 높은 영양란 등이 있습니다. 10여 년 동안 고급 계란 시장의 구조를 만들었으니, 이제는 그 틀에 애월아빠들의 새로운 상품군이 합류할 것입니다. 현재 제주도를 누비고 있는 애월아빠들의 ‘노랑 트럭’은 유통의 상징으로 육지 진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주'라는 네임 밸류, 무기가 되다



Q 제주도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특히 1차 산업이라고 생각하는 양계업을 하는 입장에서 제주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또 바라는 점이 있는지요?

이제 산업을 경계 짓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농사의 경우도 스마트팜이나 최신 IT 기술 등 여러 분야가 융합되고 있습니다. 저희 역시 궁극적으로 스마트 양계업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시설 투자도 아끼지 않고요. 현재는 매일 아침 갓 낳은 달걀을 한 알 한 알 손으로 직접 줍습니다. 이후 온수 세척과 UV 살균, 파각 검출기, 혈란 검출기를 통해 분류하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 보관 후 콜드 체인 형태로 배송합니다. 앞으로는 건강하고 안심할 수 있는 제주 먹거리에 지속 가능하고 탄탄한 사업 구조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농업에도 마케팅이나 해외 유통망 확장 등의 사업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현재 90명의 정규직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신제주 내 별밤 배송, 제주도 내 무료 배송에 나서는 노랑 트럭 라이더도 정규직이에요. 제주도청의 고용 지원 정책을 활용해 청년 직원들에게 내일채움공제를 적용하고, 숙소 지원과 직원 해외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제주웰빙영농조합법인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인가요?

사람들은 점점 먹거리의 가치를 따져서, 고품질 등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얼마든지 지갑을 열고 있죠. 특히 먹거리는 건강과 직결됩니다. 그런 만큼 굉장한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죠. 상품 자체의 품질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브랜딩이 필요하고, 차별화해야 합니다. 현재 애월아빠들의 이름으로 유통되는 계란은 제주뿐 아니라 마켓컬리를 통해 전국 새벽 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홍콩을 비롯해 해외 시장 진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고요. 아 참, 저희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도 있습니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R라운지’에서는 맛있는 커피와 동물복지 유정란으로 만든 빵을 맛볼 수 있는데, 향후 애월아빠들만의 계란 연구소이자 양계 체험관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계란을 원료로 한 마스크 팩이나 밀키트, 계란 간식 등 관련 상품도 속속 출시할 예정인 만큼 본격적인 기업 브랜딩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제주'라는 네임 밸류가 애월아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회사의 시작은 제주 땅에서 나고 자란 것들의 소중함을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었습니다. 닭들이 우리에게 기꺼이 계란을 나눠주는 것처럼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라는 것에 회사의 사명입니다. 제주의 맑은 물, 좋은 공기, 넓은 공간 덕분에 애월아빠들의 닭이 행복한 것처럼 보육원이나 양로원에 식품을 나누고 홀몸 어르신을 챙기는 일, 해변이나 올레길 환경 정화 운동은 창업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도 꾸준히 해야 할 일이죠. 거창하게 ESG 경영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더라도 지속 가능하면서 환경을 해치지 않는 건강한 농업 기업이 되기 위해 모두 노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제주’ 하면 감귤과 돼지고기 다음으로 계란을 떠올리는 그날을 상상하며 행복한 애월아빠가 되겠습니다.


애월아빠들 동물복지 유정란으로 만든 빵을 맛볼 수 있는 카페테리아 'R 라운지'에서 만난 이욱기 대표와 이종관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