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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세탁에서 재생까지, 제클린
작성일
2023.08.21
조회수
158

“대한민국 제일의 관광지인 제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호텔이나 숙박 시설에 집중했습니다. 제주를 찾는 이들이 머무는 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침구류죠. 청결해야 할 뿐 아니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제클린은 세탁 대행 서비스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다음 스텝으로 침구와 폐리넨 등 면 소재를 재활용해 의미 있는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서 지속 가능한 업사이클링 시대의 한 축을 담당하려 합니다.”

제클린 차승수 대표


관광의 중심, 제주에서 세탁을 외치다


 2016년 서울 대기업에서 콘텐츠, 마케팅, 제휴 업무를 담당하며 커리어를 쌓던 차승수 대표는 돌연 제주행을 선언한다. 큰 뜻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준비된 창업 아이템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제주는 그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었다.


 

Q 무연고 제주에서 그것도 ‘세탁’이라는 업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근면·성실·정직하면 성공은 하지 못해도 실패는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왕 새로 시작하는 일이니 기존 인맥을 활용하거나 쉬운 길을 가기보다는 저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찾았고요. 19년간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수거, 배달, 세탁 업무까지 맡아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고, 제주 온 지 3년 차인 2019년에야 함덕 바닷가를 맨발로 밟아봤습니다. 그 정도로 초기 정착은 쉽지 않았죠. 

제주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대형 호텔부터 에어비앤비 같은 다양한 숙박 시설이 존재합니다. 그곳에서는 당연히 관리해야 할 침구류가 매일 쏟아져 나오고요. 초기엔 맨땅에 헤딩하듯 거래처를 하나하나 확보해나갔고, 세탁 대행 및 배달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숙박업소의 수요가 큰 B2B 대상 온라인 비대면 세탁 거래 플랫폼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Q  제클린의 뜻은 무엇이고, 현재 기업의 활동 영역은 어떻게 되나요?

제클린은 ‘Jeju’와 ‘clean’의 합성어로 ‘깨끗한 제주’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민박 사업자를 대상으로 침구류 세탁과 배달 대행업을 했고, 지금은 제주신화월드, 메종 글래드 제주, SK핀크스 등 제주도 내 누적 350여 개 숙박 사업자 및 기업을 대상으로 침구 베딩 제품 친환경 세탁 케어, 제품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숙박 침구를 다루다 보니 새로운 길이 보였습니다. 상당수의 침구류가 온전한 상태로 버려지고, 환경문제로 연결된다는 점이 세계적 트렌드인 재생과 자원 순환 사업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현재 제클린은 버려지는 침구류, 면 제품, 타월을 수거해 재생 제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제주 환경보호 방법도 모색 중입니다.



제주를 위한, 제주와 함께하는 ESG 경영을 시작하다



Q 제클린의 ESG 경영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에서 무엇보다도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춘 제주의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제클린의 거래처인 숙박업소의 경우 침구 상태가 곧 그곳의 품격과 직결되는 터라 고급 호텔일수록 곧바로 폐기되기 일쑤였죠. 최근 패션업계에서도 재활용이나 재생 원단으로 제품을 만들어 큰 호응을 얻고 있는데, 사실 숙박업소의 폐침구류는 백색 원단에 고품질 면사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재활용하기 좋습니다. 버려지고 태워져 환경을 해치는 폐침구류를 재활용함으로써 협업하는 호텔이나 섬유 소재 기업 등과의 사회적 연대의 의미도 커지고요. 제클린 자체 R & D를 바탕으로 면 100% 기반 재생 타월 ‘RE;TOWEL’을 출시하고 국제 친환경 인증인 GRS 인증이 가능한 수준까지 재생 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했습니다. 많은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환경을 보호하고, 그 활동이 사회적 선순환을 이루며 함께 협업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제클린의 시작은 옷을 버리지 않고 계속 입게 만드는 가장 원초적인 순환과 재생 행위인 ‘세탁’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Q 제클린에 제주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클린의 경우 제주도에 밀집한 숙박 사업자를 지원하는 서비스로 시작해 성장하는 중입니다. 그만큼 제주는 새로운 시각과 의지를 펼치려는 기업에 절대 인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광이나 부동산, 농수산 등 특화 업종 외에는 새로운 업종의 창업이 쉽지 않다는 어려움도 있죠. 단순 제조업도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육지와 같거나 더 강화된 조례 혹은 인허가 조건을 적용하다 보니 진입하기 어렵죠. 산업과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도 쉽지 않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 장점이 많기에 스타트업 기업과 창업 준비자가 제주로 향하길 바랍니다. 

제주 전역으로 배송하다 보면 방치된 유휴지, 공사 중지 건물, 폐업한 건물, 폐가, 공가 등이 많습니다. 도에서 이러한 곳을 정리하고 인수하거나 기업과 합작해 사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개발형 투자지구의 하위 개념이라고 할까요. 더불어 투자 지원 업종을 좀 더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제주도청의 ‘제주워케이션’처럼 제주에서 창업하려는 스타트업이나 제주 이주를 염두에 둔 기업에 다양한 형태의 사무실을 제공하는 것도 인구 감소 시대에 필요한 제도가 아닐까 하는 의견도 드립니다.


제클린의 성장 열쇠이자 매력 포인트, 재생



Q 지난 7월 임팩트 투자 기관인 MYSC(엠와이소셜컴퍼니)에서 투자 유치 받은 것, 축하드립니다. 제클린이 현재 ESG 스타트업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2023년은 제클린 퀀텀 점프의 원년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생 소재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됩니다. 한번 재활용하면 다시 그 제품으로 재생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recycled pre-consumer’와 한번 사용하고 동일한 제품으로 재활용·재생 사용한 후 또다시 해당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recycled post-consumer’입니다.

첫 번째로 언급한 ‘recycled pre-consumer’의 가장 쉬운 예가 페트병으로 만든 폴리에스테르입니다. 재생 폴리에스테르 실과 원단으로 옷이나 가방을 만들지만, 이 제품들을 다시 페트병이나 폴리에스테르 실로 만들기 어렵습니다.

제클린은 ‘recycled post-consumer’ 관점에서 자연 소재인 면화를 주목했고, 무한에 가깝게 재생할 수 있는 원료로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호텔에서 사용한 후 버려지는 면화 침구 제품으로 만든 실과 원단을 다시 호텔에 면화 침구 제품이나 수건으로 공급할 수 있고, 이 제품들을 버리거나 소각하지 않고 또다시 재생 면화 제품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면화 제품은 원료를 파쇄하거나 세탁하는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지 않는다는 매우 큰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소재 공급을 기반으로 제클린은 OEM 생산하는 재생 원단을 컨트롤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 플라스틱, 폴리에스테르 제품을 재생 제품으로 대체해야 하는 시장과 재생 제품의 대량 구매·소비·재생·공급이 필요한 기업, 호텔, 숙박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버려지는 쓰레기가 재생 과정을 거쳐 고품질 제품으로 순환되는 최적의 친환경 사업 모델입니다.



Q 제주를 대표하는 친환경, 재생, 순환의 키워드를 공유하는 제클린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제클린은 제주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사업적 측면에서는 해야 할 일이 많고요. 그중에서도 제주를 찾는 이들이 ‘재생’의 의미를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방법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우선 숙박 시설에서 제클린의 재생 침구류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고, 제주에서 자원 순환이나 친환경 제품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주를 대표하는 기념품도 재생 제품이면 좋겠죠. 제클린에서 만든 재생 면화 에코 백을 공항에서 예치금을 내고 수령한 뒤, 여행이 끝나면 반납하고 예치금을 돌려받거나 기념품으로 챙기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고품질 폐침구류로 만든 재생 수건의 품질도 직접 사용해봐야 진가를 알 수 있거든요. 많은 분이 제클린의 상품은 물론 다양한 재생 제품을 경험하고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주에서 기업하기, 제주에서 사업하기


Q 세계적으로 알려진 대기업도 처음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제클린이 제주에서 창업해 지금까지 8년간 달려오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요?

2016년 1인 창업을 했고, 지금은 21명의 직원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거래처 역시 첫해 9곳에서 현재는 172곳 정도 되고요. 현재 기존 세탁 서비스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인 섬유 재활용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미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토지입니다. 기업에 사무실이나 가게가 필요하듯 저희에게는 넓은 공간과 토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기업하기 좋은 제주에서 성공하려면 안정적인 임대 공간이나 자가 공간은 필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직장과 주거가 있다면 제주와 함께할 꿈을 꾸는 젊은 층이 스스로 제주를 찾을 확률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요? 또 노동자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기업을 만들면 젊은이가 안심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지속 성장 가능한 제주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클린은 안정적인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통 노동 비용과 원자재값을 낮추기 위해 해외에 의존하지만, 제클린은 한국에서 제품을 재생하고 생산합니다. 그에 더해 시니어 인력과 장애인을 고용하죠.



Q 환경을 생각하는 제클린을 더 자주, 더 가까이 만날 방법이 있을까요? 

제클린과 뜻을 함께하는 제주도 내 호텔이나 숙소에서 친환경 세제를 사용한 친환경 세탁(웻클리닝) 서비스를 마친 안심 침구류를 만나보세요. 편안한 휴식을 약속합니다. 또 제클린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최고급 호텔 침구류부터 100% 재활용 면화 제품(타월, 에코 백, 양말, 면 주머니 등)을 사용해보세요. 지구환경을 지키는 의식 있는 소비의 시작점이 될 수 있으니까요.

또 고객 체험과 견학, 공간 경험을 할 수 있는 콘셉트형 세탁 공장 겸 복합 공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여행 가면 라텍스 공장을 필수 코스로 방문하는 것처럼 이색 경험을 하면서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무엇보다 감각적인 구성으로 카페 역할도 하는 곳이에요. 흉내만 낸 인더스트리얼 카페가 아닌, 한쪽에서 거대한 친환경 세탁기가 돌아가고, 폐침구류에서 뽑아낸 재생 원사로 제품을 제작하고, 완성된 고품질의 ‘RE;PROJECT’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공간이죠.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나 수학여행 온 학생에게도 분명 의미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지만, 현실로 이루어질 것으로 믿습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