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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영감을 주는 제주로 오세요
작성일
2021.12.08
조회수
260

 

섬이라는 공간은 단절된 공간이다. 종종 나의 의지대로 떠나는 것이 허락되지 않고, 그래서 예상치 못한 불편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런 공간이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웹툰 작가로 데뷔한 후 지금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이동우 작가는 망설이지 않고 “그렇다”고 답한다. 그가 제주에서 겪은 경험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버거워졌을 때 만난 공간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대에 진학해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그러다 군대를 갔고, 거기에서 책을 많이 읽다 보니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에 대해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동안은 그림을 그리는 데에 집중했지만,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내가 그린 그림으로 풀어내는 일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대와 함께 만화를 공부하게 됐죠.”

 

이동우 작가의 어머니는 화가였다. 그래서 그 역시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창작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웹툰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데뷔하려고 응모를 많이 했는데, 그만큼 많이 떨어졌어요. ‘대박 웹툰’을 만들어서 유명 작가들처럼 명성도 얻고 수입도 얻고 싶은 마음이 컸던 터라 조바심이 났죠. 우선 유력 플랫폼에 데뷔를 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고 독자들이 선호하는 장르를 확인한 끝에 그가 내놓은 결론은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한 추리물 ‘탐정은 개뿔’이었다. 추리물에 대한 독자들의 수요는 높지만 이를 충족할 만한 작품은 많지 않았기에 그의 작품은 시선을 끌 수 있었다. 첫 작품을 연재하는 동안 두 번째 작품의 기획을 병행하며 그는 바쁘다는 생각을 할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첫 연재가 끝난 후 반년도 채 되지 않아 두 번째 연재를 하기로 계약한 그를 찾아온 것은 두려움과 불안감이었다. 더더군다나 총 40회로 계약된 연재 횟수는 그를 더욱 옥죄어 왔다.
“만약 정확한 회차 분량이 없었다면 그나마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당시엔 ‘언제 40회를 다 그리지?’라는 갑갑함에 숨이 막혀왔거든요. 어떻게 해서든 달성해야 할 목표가 명시돼 있다 보니 그만큼 부담도 컸던 거겠지요.”
그는 결국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정신이 무너지니 신체도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작가로서의 명성과 경제적 보상이라는 목표가, 짐이 되어 그의 모든 것을 무겁게 만들었다.

 

막연한 상상, 석 달의 현실, 그리고 일 년의 현재

 

2020년 여름, 친구들과 함께 찾은 제주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했다. 막연하게 “이런 곳에서 작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해 겨울, 제주에서 그에게 웹툰 강의를 요청해 왔다. 총 5주간 진행되는 강의였기에 이동우 작가는 한 달 이상을 제주에서 보내야 했다. 그리고 강의가 끝날 무렵 그의 제주 생활은 석 달로, 다시 1년으로 늘어났다.

 

“2020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제주살이가 시작됐어요. 처음엔 쉽지 않았죠.”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에 이유가 없듯, 이동우 작가에게 제주는 떠날 이유가 없는 곳이었다.
“명상도 하고 멍 때리기도 하고 러닝이나 걷기도 많이 했어요. 너무 열심히 해서 발목을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집 근처 바다에 나가 작은 화롯대에 장작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는 즐거움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일도 열심히 했고요.”

 

일 년의 제주 생활 동안 그는 책을 쓰고 웹툰 강의를 수 차례 진행했다. 도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기획하고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은 굉장히 재미있었다.
“확실히 여유가 있는 분들이 많아요. 삶의 속도가 다르죠. 제주에서는 교차로에서 배달 오토바이 라이더들께서 먼저 가라고 양보를 해주실 정도니까요.”
느릿느릿한 섬의 속도. 단절된 공간에서 느끼는 특유의 분위기. 그런 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안정감은 그를 치유하는 힘이었다.

 

“만약 서울에 계속 있었다면 저는 굉장히 날카로웠을 거예요. 목표를 향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아가려 했을 테고, 좁은 틈을 비집으려고 많은 애를 썼을 겁니다. 제주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과 많은 부분이 달랐을 거예요.”

 

제주가 가진 콘텐츠에서 많은 가능성을 발견한 이동우 작가

 

‘나’를 채우고 있는 계절

 

제주에서의 생활을 “알맹이를 채우는 중”이라 표현한 이동우 작가는 제주가 가진 콘텐츠에서 많은 가능성을 보고 있다. 특히 제주 태생인 작가 지망생들이 이곳의 환경과 신화를 소재 삼아 만들어 낸 스토리들은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사람들끼리의 네트워크가 활발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서로가 서로에게 자극이 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된다면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제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동우 작가는 “제주에는 여전히 많은 신(神)들이 살아 있는 게 신기하다”며 이러한 부분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지길 희망했다.

 

“2022년까지는 제주에 머물 계획입니다. 봄까지는 휴식 시간을 갖고, 그 후에는 제주 4·3사건에 대한 유튜브용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이자 제주 역사에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물론 공부도 많이 해야겠지만요.”

 

자신만의 리듬과 템포를 갖고 페이스를 유지하는 법을 알고 있는 작가라면 제주는 더 없이 훌륭한 창작의 공간이 되어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동우 작가. 그 역시 제주에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에너지를 얻었다고 한다. 조금 더 여유롭고 장기적인 시야를 갖게 된 덕분이다.
“제주는 작가에게 치유와 회복, 그리고 영감의 공간입니다. 무엇인가를 창작하는 일에 지쳐있다면, 제주를 떠올려 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