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충영/중앙대 석좌교수·경제학앞으로 5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 대통령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박 당선인에게 축하할 겨를도 없이 바로 무거운 주문부터 한다. 남북관계, 소득 양극화, 교육 문제 등에서 사상
유례없는 범(汎)보수와 범진보의 맞대결로 선거전이 치러졌고 불과 3.6%포인트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갈렸다.
선거 기간에 각 후보
캠프는 고실업, 소득 양극화, 중산층 쇠락 현상에 초점을 둔 표심잡기로 포퓰리즘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성장동력과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정책
제시는 실종됐고 동북아시아에 일고 있는 국제관계의 격랑 속에서 우리의 좌표와 국제관계에 대한 청사진에 관해 국민은 접하지도
못했다.
박 당선인은 당장 세계경제(經濟)를 비롯,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암초에 부닥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은 2.2%로 주저앉고 내년에도 고작 3% 성장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예측하고 있다. 지금 미국경제는 재정절벽 문제로 혼미를 거듭하고
있고, 남부 유럽 국가들의 경제위기는 아직도 내연하고 있으며, 10%대의 성장을 시현하던 중국경제도 8%대 성장으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장기불황의 타개책으로 미국과 일본의 대량 통화 살포는 원화(貨)의 환율 하락을 초래하고 이로 인한 수출 부진과 부동산 가격의 급락 징후는 우리
경제에 장기 복합불황의 조짐마저 일으키고 있다.
역사적으로 재정 능력을 벗어난 무분별 복지 확대는 결국 복지도 성장도 모두
잃어버리는 경제 파탄을 가져 왔다. 이 때문에 한때 선진국이던 아르헨티나는 중진국으로 추락했고 오늘날 그리스 경제를 완전히 침몰시킨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선거 유세 기간에 공약(公約)한 무상보육, 무상의료비, 반값등록금 등 무상 복지 시리즈는 재정 능력에 따라
그 완급과 규모를 냉철히 재검토해야 한다. 장기 불확실 저성장 시대에 최선의 복지정책은 성장을 통한 실업 해소에서 찾아야 한다. 소득 양극화의
해소도 결국 성장을 통한 일자리 제공에서 가능하다. 성장을 통한 공평한 분배는 가능하지만 그 역순은 불가능하다.
성장의 가장 큰
몫을 기업의 투자에서 찾아야 한다. 투자에 제한적인 규제들을 철폐해야 한다. 반(反)기업 정서나 대기업 발흥이 중소기업의 진흥을 막고 있다는
제로섬 게임의 시각으론 성장도 분배 개선도 이룰 수 없다. 대기업의 자회사에 대한 인위적 일감몰아주기나 중간재 거래에서, 계열사 간 불공정
관행은 철저히 규제돼야 한다. 기업의 지배구조 역시 국제적 표준으로 단계적으로 수렴돼야 한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고유영역으로 울타리를 치고
각종 특혜가 부여하는 장치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포기하는 현실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글로벌화 시대 무한한
경쟁을 거치면서 제품의 품질로 세계 시장에 우뚝 선 대기업들을 한국 전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해 중소기업을 세계 무대로 등장시켜야
한다. 수출과 내수 부문의 격차가 양극화의 주범이라는 시각도 잘못된 발상이다. 대한민국은 끊임없는 개방정책과 대외 지향으로 경제 체질을 강화하고
효율을 높였다. 세계 양대 경제권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자동차 부품과 고품질 섬유 등 중소기업 제품이 수출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중소기업에 의한
관광·의료·교육·디자인 등 서비스에 세계 수요자들이 한국을 찾아오게 하는 대외 지향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도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기업 경영전략으로 이행해야 한다.
선거공약도 현실에 적응하는
끊임없는 조정을 필요로 한다. 박 당선인이 이제 성장 위에 복지의 그림을 다시 그려 선진 대한민국 만들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