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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 과학자가 대접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2013.7.15일자 세계일보)
    • 작성일 : 2013.07.15
    • 조회수 : 1330

[안충영칼럼] 과학자가 대접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세계일보>

中·日, 과학기술대국 반열에 올라
정부·사회요직 대거 진출시켜야

20년 전 한·중 경제협력 세미나에서 중국 학자들은 중국은 노동집약 산업에, 한국은 자본과 기술집약 산업에 경쟁력이 있어 양국의 산업구조는 상호 보완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10여 년이 흐른 뒤 같은 연구기관의 보고서에서 중국은 우주산업, 제약산업, 화학제품, 풍력· 태양광과 같은 친환경 기술 등 많은 영역에서 세계 정상에 있음을 지적하고 한·중 간 무역관계도 본격적 산업 내 분업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최고 정치지도자는 대부분 청화대학 등 이공계 출신이다.

중국은 2011년 한 해 과학기술 분야에 112조원을 투입했다. 그리고 이공계열 분야에서만 같은 해 중국은 20만5000명의 석·박사를 배출했으나 우리나라는 2만6000명 석·박사를 배출했다. 미국에 유학 중인 중국의 이공계 유학생은 2011년 19만4000명이고 한국 유학생은 7만2000명이었다. 한마디로 중국은 지금 과학기술 분야에서 무서운 인해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세계에서 미국 다음 두 번째로 많은 이공계열 논문을 세계적 전문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 중국의 슈퍼컴퓨터 능력은 세계 제일이고, 신재생 에너지기술 분야도 단연 세계 정상이다.

중국은 2011년 우주정거장을 건설했고, 올해 무인우주선을 달에 쏘아 올리고 12년 뒤에는 유인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정치 지도자는 개방화 이후 국민통치의 기본이념인 과학기술의 혁신적 성취로 전 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기술민족주의를 고취하고 있다. 중국계 과학자는 이미 물리에서 4명, 화학에서 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이웃 일본도 벌써 물리, 화학, 의학 분야에서 1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세계적 과학기술 대국의 반열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공계열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는 단 한 사람도 없다.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경제학

최근 박근혜정부는 2017년까지 92조원을 투자하는 과학기술 연구개발 진흥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우리의 5년치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이 중국의 2011년 한 해 예산보다 적지만 지난 정부보다 24조원을 증액하고 정보기술(IT)융합 신산업, 미래성장 동력, 친환경 사업, 건강장수시대, 안전사회 구축 등 5대 분야 120개 기술을 구체화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박근혜정부가 구상하는 제2 과학기술 융성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와 시스템이 뒷받침될 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우선 대학 진학에서 이공계 기피 현상을 되돌려야 한다. 젊은 인재가 소득과 직업 안정성이 더욱 보장되는 전문직 영역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이공계 학부 졸업생이 전공한 분야에 취업하는 비중은 32%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여타 전문직 분야보다 이공계열 출신자의 연봉도 낮다.

이공계열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기초과학 연구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지금 정부·산하기관과 사회 요직에 법경계열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 자리에 이공계 출신을 더욱 포진시켜 그들의 사기를 진작해야 한다. 과학기술인력 양성은 이제 21세기 벽두에서 앞으로 시공을 초월해 모든 나라의 최우선 전략이고, 인류는 이제 청정환경 아래 모두가 건강과 행복을 같이 누리는 ‘휴먼테크노피아’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이 포성 없는 기술전쟁을 벌이고 있음을 직시하고 과학기술인을 존경하고 급료와 정년 등에서 이들을 대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속히 만들어야 과학기술의 새로운 융성과 함께 창조경제가 구현될 수 있다.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경제학

 

http://www.segye.com/Articles/News/Opinion/Article.asp?aid=20130714022618&ctg1=05&ctg2=01&subctg1=05&subctg2=01&cid=0101100501000&sid=200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