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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 통상임금 범위 어디까지… 외국인 투자의 '갈림길' (2013.8.31일자 조선일보)
    • 작성일 : 2013.09.02
    • 조회수 : 1317

[기고] 통상임금 범위 어디까지… 외국인 투자의 '갈림길'

입력 : 2013.08.31 03:03


	안충영 외국인 투자 옴부즈맨·중앙대 석좌교수 사진
 안충영 외국인 투자 옴부즈맨·중앙대 석좌교수

외국인 투자 옴부즈맨은 국내에 진출한 외투(外投) 기업이 당면한 애로를 해결하는 직무를 수행한다. 현재 GM대우를 비롯한 많은 외투 업체 중역들이 통상임금의 향방에 따라 증액 투자는 물론 앞으로 사업의 존폐가 달려 있다고 필자에게 하소연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고 한다. 통상임금 범위와 크기의 향방은 외투 기업은 물론 국내의 자동차·선박·건설 등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들의 평균임금 최저한을 보장하고 시간외·야간·휴일근로 대가로 법정 수당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기준이다. 기업은 정규 근로시간 외 근로에 대하여 새롭게 산정된 통상임금 기준의 150%를, 그에 따른 미지급금은 3년까지 소급하여 지불해야 한다.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개인 근로자 입장에선 근로소득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할 수 있다. 특히 성과급을 비롯해 개인연금보조금·명절교통비·김장보너스·여름휴가비 등 다양한 급여와 수당 가운데 어느 항목이 통상임금 범위에 해당하는지가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지 않아 범위를 둘러싸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은 노동부 지침에 따라 정기 상여금을 비롯해 임금 산정 기간(시급·일급·주급·월급) 이외에 지급되는 금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여 왔다. 그러나 지난해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혼란이 가중되었다. 관련 소송만 지난 5월 말 기준 100인 이상 업체 가운데서 135건에 이르고 있다. 최악으로는 기업들이 한꺼번에 부담하는 우발 채무액이 38조원을 초과하고 향후 매년 9조원 가까이 추가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돌출적 상황에 대해 외투 기업 경영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투자 환경은 동남아·중국·베트남 등에 비해 고임금·고지가에 강성 노동운동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고, 싱가포르·홍콩에 비하면 투명한 제도를 갖추지 못한 것도 취약한 점이다. 이는 동시에 우리 기업들이 국내 대신 해외에 대형 투자를 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이다. 그 결과 2007~2012년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직접투자한 금액은 1404억달러에 이르고 있으나 외국 기업이 국내에 직접투자한 금액(FDI)은 450억달러로 한국에서 '나간' 투자액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기업이 해외에 나가는 것만큼 우리도 소재와 부품 분야에서 많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해 부가가치 공급 사슬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길밖에 없다. 지금 한국에 진출한 외투 기업들은 직간접 일자리 50만개, 수출의 20%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을 바라고 있다.

대법원 전원 합의체가 통상임금의 범위를 신속히 결정하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앞으로 우후죽순으로 제기될 통상임금 소송의 대혼란부터 막아야 한다. 작금의 경기 불황을 극복하고 한국 경제에 절박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원은 합리적 판결을 내리고, 행정부는 임금 제도를 명확하게 개선해야 한다. 국회에서도 근로기준법 개정 등 논의 과정에서 통상임금으로 인한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노동계와 산업계가 '윈윈'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30/201308300345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