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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 `푸드 사이언스`로 中시장 뚫자 (2013.10.20일자 매일경제)
    • 작성일 : 2013.10.21
    • 조회수 : 1068
[기고] `푸드 사이언스`로 中시장 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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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가공산업은 고소득 성숙경제에서 본격 등장하는 후기 산업이다. 

농수산물이 자연에서 생육, 채취하는 일차산업이라고 한다면, 농수산식품산업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고려하고 저장, 유통, 마케팅이 함께 포괄되는 지식집약형 2.5차 산업이다.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무병장수를 염원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소멸될 수 없는 성장산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농수산업은 영세성과 기술저위로 항상 보호의 대상이고 전형적 내수산업으로만 간주돼 왔다. 그러나 인구 13억의 중국 경제가 장기 고도성장을 이룩하면서 유기농 농산물과 청정 수산식품 수요가 최근 급증하고 우리나라의 농수산식품도 내수시장을 벗어나서 이제 수출산업으로도 커다란 기지개를 켤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80억달러를 기록하며 이제 수출 효자업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최근 5년간 중국으로부터 고급 농수산 식품에 대한 수입수요는 연평균 20%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8년부터 농수산식품의 순수입국으로 바뀌어 수입액은 당시 222억달러였으나 작년에는 921억달러로 늘어났다. 특히 소득수준이 높은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이 중국 전체 농수산식품 수입의 81%를 차지했다(지난해 기준). 

중국의 고소득 지역에서 식생활의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와인, 과자류 등의 수요 증가에 이어 안전한 먹거리로 한국산 유아용 분유, 신선우유, 두유 등의 수입 증가가 크게 일어나고 있으며 라면, 즉석밥, 참치캔, 베이커리, 조미김의 수요도 현저히 증가하고 있다. 또 과일음료와 시리얼도 신세대 소비자층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도 맛과 영양을 겸비하고 깔끔한 포장에 조리가 간편한 프리미엄 인스턴트식품의 시장 크기만도 2015년에 이르면 8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현재 연해경제특구 개발로부터 내륙지방으로 경제발전 축을 돌리고 있다. 소득신장이 중국 내륙지역에서 일어나면 건강식품과 안전식품에 대한 수요가 계속하여 팽창할 전망이다. 식품은 원래 유통기한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농수산식품을 수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리적 근접성을 갖추고 있다. 식품산업은 원재료가 되는 농수산물 생산 자체를 유기농화하고 청정화한 후 연령층에 따른 다양한 수요에 맞추기 위하여 고도의 연구개발(R&D) 활동이 필요하다. 선진국 대학에서 `푸드 사이언스(food science)`는 실수요가 가장 많은 학문 영역 중 하나이다. 

한국의 농수산업도 이제 식품산업의 뿌리로서 인식되고 안전과 소비자의 연령계층에 따른 맞춤형 식품산업과 연계되어야 한다. 가공농수산 식품은 채소, 과실, 축산물과 달리 위생 및 식품위생(SPS) 조치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중국시장으로 수출잠재력은 더욱 크다. 우리는 중국의 신세대와 내륙원격지 소비층을 상대로 온라인 유통채널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이제 농수산식품산업을 단순한 먹거리 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창조산업으로 바꾸고 수출사업으로 브랜드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식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는 최근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시행한 농수산식품수출상담회에 중국에서 구매사절단이 대거 몰려온 사실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한국산 제과는 세계적 브랜드로 성공했다.
 농수산식품의 수출 확대는 우리 경제가 지향하는 지역과 산업 사이의 불균형 해소, 소득분배 개선,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ㆍ중 FTA 협상에서도 우리 농수산식품의 대중국 수출활로를 더욱 크게 열어야 한다.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