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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 [안충영칼럼] 창조경제에 ‘창조금융’이 필요하다 (2013.10.27일자 세계일보)
    • 작성일 : 2013.10.28
    • 조회수 : 1124

[안충영칼럼] 창조경제에 ‘창조금융’이 필요하다

아이디어 상업화 위한 투자 필수
美엔절펀드처럼 생태계 조성돼야

 

박근혜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신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정보기술(IT)로 모든 산업에 접목하고 융복합 과정을 거쳐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체의 경제활동으로도 볼 수 있다. 영국의 ‘문화미디어체육부’는 광고, 건축, 미술, 공예, 디자인, 영화-비디오, 사진, 소프트웨어(SW), 컴퓨터게임, 전자출판, 음악·공연, 출판, TV, 라디오·방송 등을 창조경제 활동으로 적시하고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에는 이들 분야와 광의의 문화산업이 포괄될 수 있다. 정부는 가수 싸이의 창의적 공연활동이 사업화되는 것과 양봉농가가 전기파로 봉독을 추출·정제한 가축전용 항생제를 창조산업의 실례로 들었다.

창조경제는 아이디어의 상업화를 위한
투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창조금융’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창조산업의 형성→발전→퇴출→재형성의 반복을 통한 지속가능 체계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다양한 중개기능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에인절펀드’는 창조금융의 한 형식이지만 단순한 자금중개기능을 넘어 새로운 산업의 생성을 선도하기도 한다.

 

 
필자가 목격한 실리콘 밸리의 에인절펀드는 대학에서 30년 동안 강의와 연구를 하다가 아이디어의 창업화가 더욱 가치 있는 생애활동으로 보고 조기 은퇴한 전자공학교수, 중견기업의 전직 최고경영자(CEO), 공인회계사 출신의 3인이 벤처펀드 회사를 설립했고 이들의 경력을 신뢰하고 일반 투자가들은 펀드에 가입했다. 이들 3인의 일과는 실리콘밸리 안에 진행되고 있는 수많은 연구개발(R&D)활동 현장을 순방하고 기술과 사업화 자문을 하기도 하고, 아이디어의 내용과 상업화 가능성을 검토한 후 자금공여를 하고 시제품의 출시 전후에 나스닥(NASDAQ)에 상장해 수익을 창출하는 데 있었다. 아이디어 하나밖에 없는 잠재적 벤처사업가를 발굴하고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 사업화의 꿈을 가능케 하는 천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수익창출에 실패한 사례도 많지만 단 몇 개의 성공 사례가 고수익을 가져와 벤처기업은 영속될 수 있는 체제를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그 창조물은 지식재산권으로 철저히 보호되고 있었다.

우리나라 창조금융의 현실은 원시적 단계에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우리나라 금융부문 경쟁력을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비교해 은행건전성은 113위, 벤처자본 이용가능성은 118위, 대출용이성은 115위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벤처자본 이용가능성은 WEF 148개 조사대상국 가운데서 하위권으로 평가된 것이다. 특히 재정에만 의존해 벤처 스타트업을 활성화할 수 없다.

창조금융은 고위험 고수익형 창조모험산업을 대상으로 하면서 신생산업의 등장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창조경제는 대학, 기업, 연구벤처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개방과 협력을 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지향해야 하고 창조금융은 실패한 벤처기업에도 자본이 공급될 수 있도록 사모펀드(PEF)가 적극 참여하는 인수·합병(M&A) 시장을 작동시켜야 한다. 위험분산을 위한 자산유동화, 신용파생상품, 창조기업이 발행하는 주식연계증권 등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아이디어의 창업화에 도전하는 모험가들이 클러스터링을 형성해 경쟁과 협업을 하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다양한 창조산업에 상응하는 민간주도형 창조금융이 반드시 수반될 때 창조경제는 성공할 수 있다.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