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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I 유치 勞使안정이 관건이다 (2014.1.14일자 문화일보)
- 작성일 : 201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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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영/중앙대 석좌교수·경제학
새해 벽두에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 기업의 사장과 외국 상공회의소 수장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한국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만들 테니 적극 투자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국회의 규제 관련 법안 처리에 비상한 관심을 보여 오던 외국인 직접투자(FDI) 기업들은 대통령과의 직접대화와 친(親)기업 정책 의지를 적극 환영했다.
그동안 정부는 국회를 설득해 오랫동안 표류하던 외국인투자촉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지주회사의 증손회사들이 외투기업과 함께 합작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단일소득세율 17%의 변경을 1년 앞당겨 시행하려는 법안도 국회에서 원위치에 두기로 했다. 앞으로 정부는 외투기업들의 아시아 지역본부와 외국기업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맞춤형 현금 지원에 더해 그 임원들에게 17%의 소득 세율을 항구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싱가포르, 중국, 홍콩, 일본에는 다국적기업의 아시아 지역본부가 100여 개에서 수천 개에 이르지만 우리는 고작 8개 정도에 불과하다.
왜 FDI 유치와 사후관리에서 경제 활력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가? 한마디로 투자 생산·소비에서 국경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생산과 서비스활동이 이제 국경을 넘어 요소 가격에 따라 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왜 분화되는가? 이익이 더욱 나고 지속 가능한 성장 체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압축 공업화 과정에서 토착기업 육성에 매진했고, 투자 재원이 필요할 때 외자 도입 정책을 펴 왔다. 그 결과 산업의 불모지에서 포춘 500대 기업에 한국 기업이 14개나 편입되는 기적을 이뤘다.
그러나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우리는 뒤늦게 FDI 친화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꿨기 때문에 FDI 유치에 한해서는 후발국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우리 기업이 해외에 직접투자한 금액은 1564억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로 유입된 FDI는 515억 달러로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 결손분을 의미있게 채우게 되면 바로 성장·투자·일자리 창출에 기여를 하게 된다.
대(對)한국 투자 결정에서 외투기업 CEO들이 하소연하는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의 강성노조·불법파업·고임금이다. 경영진의 고유영역에 속하는 근로자들의 근태평가, 상여금 결정에 노조의 참여를 주장하는 대목에서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동안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 국내외 기업들은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최근 대법원 판결은 소정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획일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정의하고 근로기준과는 상관없는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임금채권에 대한 추가 지급은 유효하되 회사의 재무 상태에 과다한 부담을 줄 때와 노사가 이미 합의한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했을 때는 추가 임금 청구가 허용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지금 많은 외투기업은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고 보고 있으나 이미 노·사(勞使)가 합의한 신의성실의 원칙이 어디까지 지켜질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사가 상호 신뢰하며 합리적 임금협상을 유도하는 것이 올해 외투기업들의 투자 축소를 막고, 나아가 증액 투자를 유도하는 최선의 길이다.
올해 세계 경제는 지난해의 2.9% 성장에서 3.6% 성장을 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하고 하고 있다. 이러한 회복기에 집권 2년차의 박정부는 ‘투자 촉진→일자리 창출→복지 구현’이라는 선순환을 반드시 이룩해야 한다. 그 한복판에 노·사 평화와 합리적 임금관리가 자리잡고 있다. 이것이 뿌리내리면 유망한 투자처로 한국은 그 첫발을 내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