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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우리가 미·중 경제협력 강화 끌어내자 (2014년 7.4일자 중앙일보)
- 작성일 : 2014.07.04
- 조회수 : 1222
[중앙시평] 우리가 미·중 경제협력 강화 끌어내자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경제학
KOTRA
외국인투자옴부즈만
그런데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전략대화에서 그 해법의 중요한 실마리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미국 측 참석자들은 한국이 미·중의 경제협력 강화에 유용한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적어도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과 경제적 대립구도를 원치 않으며 한국이 미·중 간 대립구도를 깨고 오히려 협력구도로 바꾸는 핵심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는 얘기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TPP와 RCEP는 미·중 간 패권다툼이 아니라 지역경제통합을 위한 선의의 경쟁으로 볼 수 있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진실게임이 아니라 지역경제통합의 외연을 확대하는 유력한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여기다 한국이 TPP와 RCEP가 자연스럽게 통합되도록 매개역할을 한다면, 미·중 사이의 갈등에서 벗어나면서 지역경제통합에 기여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편 2009년부터 미국이 앞장선 TPP에는 캐나다·칠레·멕시코·페루·호주·뉴질랜드·일본·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브루나이 등 12개국이 합류했다. TPP 참여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8%, 세계교역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TPP를 통해 지적재산권, 환경, 노동, 표준, 국영기업, 환율 등에서 21세기형 신통상원칙을 확립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당초 미국의 TPP 참여 요청에 대해 중국을 의식하면서 TPP 주요 국가와 이미 양자 FTA를 맺어 실익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외면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TPP가 속도를 내자 뒤늦게 TPP에 관심을 표명하고 가입을 위한 국가별 예비접촉에 나섰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TPP에 참여해 우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필요가 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이 그들과 FTA를 체결한 한국·중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와 함께 2012년 11월에 시작한 RCEP는 또 다른 역내시장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RCEP 참여국의 경제규모도 세계 GDP의 29%와 세계교역의 28%를 차지하고 있어 TPP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TPP를 의식해 RCEP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중국이 TPP를 완전히 배척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자유무역체제의 최대 수혜국가로 G2의 반열에 올랐다. 중국은 매년 1000만 명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연 7% 이상의 경제성장과 함께 수출을 계속해서 늘려야 하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처음에 TPP를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견제장치라고 보았던 당초 시각을 바꿔 이제는 TPP에 동참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경제학·KOTRA 외국인투자옴부즈만
http://joongang.joins.com/article/236/15157236.html?ctg=